외출중

본문

누나는 “이 앞치마를 그렇게도 많이 입었다”라는 사실을 자신의 강력한 미덕이자 남편에 대한 강한 비난의 도구로 삼았다.

그렇지만 나(주인공)는 ‘도대체 누나가 왜 그 앞치마를 입어야하는지?’ 그 이유를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혹은 ‘만약 누나가 그 앞치마를 입어야한다면 왜 누나가 그것을 벗어서는 안 되었는지?’ 나로선 그 이 유를 전혀 알 수 없었다. 그것도 하루 이틀도 아니고 누나의 생애를 통해 매일을 말이다.

조의 대장간은 우리 집과 인접해있었다.(집 이웃집이 대장간이다) 우리 시골에 있는 대다수 집들이 목조건물이었다. 조의 대장간도 목조건물이었다.

내가 ‘교회 부속의 묘지’에서 집까지 뛰어갔을 때, 대장간 문은 잠겨 있었다. 조(매형)는 부엌에 앉아 있었다. 조와 나는 일종의 동병상련 (서로 가엾게 여기고 동정하고 도움)을 공유하고 있었다. 우리 사이에 는 그와 같은 성격의 신뢰가 있었다. 내가 문의 빗장을 들어 올리고 맞은 편 벽난로의 구석에 앉아 있는 그를 엿보았을 때였다. 조는 이번 에도 나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귀띔해주었다.

“조 부인이 너를 찾으러 열두 번이나 외출했다 왔어, 핍. 그녀는 지금도 외출중이란다. 그러니까 이번 외출이 ‘빵 만드는 사람의 열둘’이야.” (‘빵 만드는 사람의 12’는 ‘13’을 말함)

“누나가요?”

“그래, 핍” 조가 말했다. “그리고 더 나쁜 소식도 있단다, 핍. 누나가 간질이(회초리)까지 데리고 나갔단다.”

이 음침한 정보(누나가 회초리를 가지고 주인공을 찾으러 나갔다)에 나는 내 조끼에 하나 남아 있던 단추를 빙글빙글 돌리며 아주 침울한 표정으로 불을 바라보았다.

간질이는 회초리 끝에 왁스처리가 되어 있는 회초리로 내가 하도 맞아서 그 끝부분이 매끈해져 있었다.

“누난 앉아 있었단다.” 조(주인공의 매형)가 말했다. “그러다가 벌떡 일어났지, 그리곤 회초리를 움켜쥐고선 흥분해서 날뛰더니 나갔단다. 그게 다야.” 조가 부지깽이로 아래쪽 벽난로 사이에 난 불을 끄면서 느릿느릿 말했다. “누난 흥분해서 날뛰더니 나갔단다, 핍.”

“누나 나간 지 오래됐어, 조?” 나는 항상 조를 내 나이 또래 밖에 안 된 덩치 큰 아이로 취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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