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방주의)ㅗㅜㅑ.(ㅎㅂ)어우ㅑ
본문

위꼴
그가 손잡이를 잡아 문을 염과 동시에 바깥과는 다른 환한 불빛이 스며 들어와 그의 눈을
잠시 찌푸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곧 그의 눈은 빛에 익숙해져가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왕
실 도서관의 내부 배경이 그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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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안은 시를 맞춤과 함께 무대에서 내려오며 자신의 테이블로 돌아왔다. 순간 어느 한
곳에서 박수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를 발판으로 술집 안은 온통 사람들의 박수소
리로 가득 찼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 음유시인 역시 박수를 치며 시리안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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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훈련이 반복되고 또 반복되며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하루하루가 지나갈수록 가
까워져만 가는 전쟁에 단원들의 마음은 급급해지고 긴장이 되어 갔다. 그렇게 1주일이 흘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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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리가……. 그렇다면 그 생물은 마물이 아닌 다른 생물이란 말인가?…….'
"시리안 여기서 뭐해? 이제 3시간 후면 훈련 소집 시간이라고. 단장인 네가 미리 집합 장
소에 나가있어야지. 응? 너 왠지 안색이 안 좋다. 무슨 일 있어?……."
언제 나타났는지 시리안의 어깨를 '툭'하고 치며 지에트닌은 이렇게 말했다. 고민에 정신이
팔려있던 시리안은 그에 갑자기 어깨에 전해져오는 충격을 느끼며 한 순간 눈을 크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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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실제로 살아있는 듯한 초상화. 빨간 색의 긴 머리를 늘어뜨리며 미소를 짓고 있는 아
름다운 여인……바로 에리셀 그녀의 초상화였다.
시리안의 손날은 그의 목에 닿기 바로 직전에 멈추었다. 시리안의 손을 바라보면서 숨을
죽이며 진땀을 흘리고 있던 지에트닌은 이내 불안정해진 자세를 바로 잡지 못하고 땅바닥에
엉덩이를 부딪치고 말았다. 그 순간 그는 얼굴을 찌푸리더니 이윽고 흐트러진 호흡을 가다
듬고는 시리안을 바라보면서 살짝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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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남문에 다다름과 동시에 모든 기사단원들이 각자 오른쪽 무릎을 굽혀 땅에 앉았다.
우선 하급 마물은 남에게 기생하여 그 생기를 빨아들여 크기와 힘을 늘려 나가는 것이 대
부분이다. 그들은 크기도 작고 형태도 단순하며 초반에는 힘이 없지만 교묘한 말재주로 다
른 생명체를 꼬셔서 그 힘을 빨아들이고, 그게 어느 정도냐에 따라서 때로는 중급 마물의
힘을 갖추기도 한다. 물론 그 한계가 정해져 있어서 아무리 힘을 빨아들인다 한들 그리 강
한 힘을 갖추지는 못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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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들만의 전투이니까 일단은 어떻게 대열을 세워야 효과적이냐가 문제겠지.'
별로 남지 않은 전쟁. 시리안의 숙소에 도착하기 전 지에트닌은 걸음을 내딛으며 속으로
나름대로 전쟁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생각했다. 그러다가 그의 귓가로 문득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부평오피그런 그들의 눈빛은 다른 사람이 보았다면 그 자리에서 얼어 붙어버렸을 정도로 위압감이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짧은 시간동안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들은 한 순간 눈
을 번뜩이며 서로를 향해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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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이 남문의 입구에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시간이 점차
흘러가도 그곳에서 움직일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쌀쌀한 바람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
고 그들은 그곳에 꿋꿋이 서서 버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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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안은 지금 눈을 감고 있었다. 자는 듯 하지만 그는 사실 한숨도 자지 못했다. 그저 눈
만 감은 채 에리셀……그녀와 함께 보냈던 나날들을 생각하며 끊임없이 슬퍼했을 뿐…….
그것은 그의 눈물로 인해 젖어버린 이불과 베개만 보아도 충분히 가늠할 수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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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듣던 중 반가운 말이네. 리안, 오랜만에 대련이나 한 번 하지 않을래? 그 동안 쉬느
라고 몸이 많이 굳었을 텐데 테스트 좀 해봐야겠어."
"호오. 도전하겠다는 건가? 좋아 그 도전 받아들이지."
지에트닌의 장난기 담긴 말에 시리안은 살짝 웃으며 그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리고서 그는
곧 시선을 기사단원들을 향해 돌리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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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각'하는 기괴한 음향과 함께 오크의 몸통이 터져 나갔다. 초록색 핏줄기와 함께 살과 뼈
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눈깔을 하얗게 뒤집은 채 바닥에 엎어져있는 오크의 모습
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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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드리겠습니다."
이 말은 지에트닌은 물론이거니와 시리안에게도 꽤나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저런 펜던
트를 누가 아무 대가도 없이 준 단 말인가.
"대가 없이는 이 펜던트를 받을 수 없습니다."
시리안은 꺼려하는 눈빛으로 펜던트를 다시 주인에게 내밀어 거절했다. 주인은 펜던트를
재차 건네며 다시금 시리안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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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대련진영으로!!"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기사단원들은 재빨리 흩어지며 두 사람을 중심으로 한 원형
의 울타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원은 처음에는 비록 작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커지
더니 이윽고 지름이 100m에 될 정도로 거대해졌다. 그리고 원의 중앙에는 시리안과 지에트
닌 두 사람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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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하아…."
"허억…허억…."
시간이 흘러갈수록 그들의 숨소리는 점차 거칠어져만 갔다. 그로 인해 오히려 주변의 단원
들이 숨을 죽일 정도로……. 하지만 그들은 쉬지 않고 서로에게 계속 공격을 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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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시리안은 의문을 품고서 몸을 움직여 오크의 뒤를 쫓았다. 나무 사이사이를 분주하게
움직였다. 비록 그 오크가 빠르다고는 하나 실력 있는 기사에 비하면 별 것은 아니었기에
시리안은 금방 오크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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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같은 머리형상과 인간의 몸. 그리고 1m20cm의 키를 가지고 있는 녀석. 그것은 바로
오크였다.
"이제 가십니까. 두 분, 부디 다음 전쟁에서 승전보를 전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두 사람이 출구에 다가서자 하프린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을 건넸다. 그에 시리안이 입을
열어 작별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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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는 건가? 이런 중요한 때에 보통 일로 빠질 녀석이 아닌데…….'
훈련을 하는 내내 시리안은 걱정이 되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저 그가 돌아오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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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잔재가 남은 것인지 하늘에서는 아직도 약간의 눈이 내려오고 있었다. 크게 울고
나면 약간의 이슬이 눈가에 맺히듯이 말이다. 그 미약하고도 얇은 눈들은 대지를 향해 떨어
지며 나무에 내려앉기도, 땅에 쌓인 눈들과 합체하기도 하며 조금이나마 생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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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초상화를 손으로 잡고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녀와 지냈을 때의 일이 주마등처럼 그
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가 아플 때 자신에게 초상화 하나라도 남겨주고 싶다며
화가에게 찾아갔던 일, 분명 그 때만해도 그녀는 자신의 앞에서 이 초상화와 같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의정부오피우선 마을의 정 중앙에 왕성이 있고, 그를 중심으로 반경 5km의 정사각형으로 이루어진
성벽이 있다. 그리고 그 성벽의 바깥에는 보통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는 마을이 있으며, 또
그를 정사각형의 성벽이 감싸고 있다. 또 각각의 성벽에는 동, 서, 남, 북의 네 곳의 문이 있
다. 쉽게 말하자면 큰 □를 놓고 그 중앙에 작은 □를 얹어놓은 상태라 할 수 있었다. 그게
그 구조의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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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쉬고 있는 동안 모두들 허약해진 건 아니겠지? 오늘은 모두 각오들 하라고. 오늘은
내가 직접 훈련을 가르칠 테니까 말이다."
그 말에 웅장하게 서있던 1천의 기사단원들의 몸이 한 순간 허물어진 듯이 보인 것은 헛것
이었을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지시에 따라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렇게
이동하던 도중 지에트닌이 시리안에게 말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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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헤어진지 벌써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대도 훌륭했습니다. 지에트닌 부단장."
지금 그들이 한말은 일명 '격식'이라는 것. 대련이 끝났을 때 진 쪽이던 이긴 쪽이던 간에
상대방에게 예의를 차리는 것이 바로 그에 포함되는 것이다. 보통의 기사들이라면 당연시
여기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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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루 내내를 그녀의 묘비 앞에서 지새고서야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너무나도 오
래 무릎을 꿇고 있었던 탓인지 다리에 찌릿찌릿하고 무거운 느낌이 다리를 타고 전해져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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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그런 이리아 숲의 한 길 사이로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평생을 써도 녹슬지 않을 만한 펜던트가 있을까요? 이 사진이 들어갈 만한……."
돋보기 안경을 끼고 나무 조각을 깎고 있던 잡화점 주인은 그의 말을 듣고 꽤 고심하는 듯
하더니 자신을 따라오라고 했다. 아마도 고급스러운 물건은 따로 진열해놓은 방이 있는 모
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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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알잖아. 그 2년 전……몬스터 침입 사건 때 우리 아버지가 그 녀석들에게 맞서다가
돌아가신 것……그 때 일이 다시 생각나서 그래."
"그…그렇구나……."
그의 말에 시리안은 이렇게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탓인지도 몰랐다. 그
때 지에트닌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은.
"이제 기사단의 숙소로 돌아가 보아야겠군. 리안 약속한 거다. 1주일 후면 예전의 너의 모
습을 보여준다고."
얼굴에 억지로 웃음을 띄우며 지에트닌은 이렇게 말했다. 그에 시리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애써 덩달아 웃음을 띄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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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집 안에 들어옴과 동시에 한쪽 구석 편에 위치한 서랍 앞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
고 손을 뻗었다. 손으로 서랍을 열자 '드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가로 세로 7cm 정도의 작은
초상화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이상하군. 왠지 낯설지가 않아. 어디선가 보았던 듯한 느낌이."
그의 이런 말에 지에트닌은 눈을 약간 크게 뜨며 동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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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루룩!"
그가 거의 오크의 몸에 다다랐을 때 오크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고는 광폭한 눈빛을 발하며
주먹으로 시리안의 얼굴을 향해 일격을 가해왔다.
그 위에는 상급 마물이 있다. 상급 마물은 그 종류가 적기는 하지만 그 강함이 중급 마족
에 필적한다. 마나를 사용하여 마계에 존재하는 마법을 사용하기도 하며 그들 중에서 강한
자는 상급 마족과도 대등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성격도 사납고 난폭한 종류가 대부분
이며 주위에 마물이 보이는 즉시 그 마물을 잡아먹어 자신의 힘을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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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런.'
그는 순간 허리를 뒤로 눕혔다. 그의 코를 타고 시리안의 주먹이 가까스로 빗겨갔다. 주먹
이 스쳐지나가면서 느껴진 거센 바람이 지에트닌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흐르게 했다.
"지에트닌 라스란……맞아……?"
지에트닌이 들어 온지 한참이 지나고서야 처음으로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별 의미가
있는 말이 아닌 그저 누구인지를 묻는 데 이렇게 오래 걸린다는 것은 곧 지금 그의 심정이
어떤지를 대변했다. 하지만 그 말은 지에트닌에게 있어서 결코 의미가 없는 말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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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으십시오. 수리엘 기사단의 단장님이시여. 일전에 당신의 기사단은 저희 마을을 구해주
신 적이 있으니 그 대가로 드리는 것이라 생각하십시오. 그 2년 전 몬스터 침입 사건 때 저
희 마을에 한시라도 늦게 왔다면 저는 물론이거니와 이 마을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이 죽었
을 테니까요."
그 말을 듣고서야 두 사람은 그가 왜 이 펜던트를 주는지 이해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
냥 받기에는 힘든 물품이었기에 시리안은 주머니에서 금화 1닢을 꺼내어 그의 손에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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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 규칙은 알고 있겠지? 오직 일반적인 기술만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이다. 상대방
을 살생할 가능성이 있는 검기(劍氣)나 권풍(拳風)같은 것은 일체 사용되지 않아야 한다."
지에트닌은 혹시나(?) 규칙을 잊어버렸을 지도 모르는 시리안을 위해 간단히 대련 규칙에
대해 설명했다. 그의 말에 시리안은 얼굴에 살며시 미소를 띄우며 입을 열었다.
바둑이사이트때는 아침. 환한 햇살이 비추는 가운데 하늘에서 바람을 타고 내려온 눈들이 대지를 하얗
게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눈은 점점 쌓이고 쌓여서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겠지
만 지금 유독 단 한 사람만은 그렇지가 못하다. 적어도 단 한사람만은…….
겨울이라서 그런지 벌거숭이 나무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이리아 숲의 한 쪽 공터에는
작은 오두막집이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180이 조금 넘어 보이는 키의 건장한 체
구의 한 남자가 서있었다. 검은색을 띈 머리칼과 빨려들 것만 같은 검은 색의 눈동자를 갖
고 있는 동그란 눈, 윤기가 흐르는 입술과 오똑한 코, 그리고 하얀 피부와 가는 얼굴선. 이
세상 사람이라고 보기조차 힘들 정도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남자…….
그는 갑옷을 입고 있었다. 미로얀 왕국의 제1의 실력을 자랑하는 기사단인 '수리엘'기사단
의 문양이 새겨진 갑옷을…… 그것도 기사단장임을 증명하는 문양이 새겨진 갑옷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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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한 대로 105번째 책장의 4번째 칸에는 '마물의 종류에 대하여'라는 책이 5권 정도
나열되어 있었다. 시리안은 그 책을 손으로 집어 펼쳤다. 그러자 책의 첫 머릿글이 그의 눈
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게 2차 변신 때의 모습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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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해드린 것도 없는데 과분한 선물이군요. 필요하다면 꼭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곧 지에트닌 역시 작별인사를 건넸다.
"전쟁이 끝난 후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그 때는 술이나 같이 한 잔 하지요."
"술이라면 나도 같이 하고 싶군. 그 때는 저도 같이 오도록 하지요."
술이란 얘기에 지에트닌은 중간에 끼어 들며 이렇게 말을 건넸다. 그는 전쟁이나 훈련 후
술을 먹는 것을 아주 좋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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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뭐라고?"
시리안은 어벙벙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며 지에트
닌은 걱정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비록 완전히 기색을 되찾은 것 같지는 않지만 많이 좋아 보이는군요. 단장님."
그가 시리안에게 존댓말을 쓴 것은 그가 돌아왔단 것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약간의 장난을
담은 것이었다. 그런 그의 행동과 말투는 어색하기 짝이 없었고, 그에 시리안은 한 차례 웃
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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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에트닌 부단장은 시리안 단장에게 졌음을 인정합니다."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정적에 쌓여있던 주변은 곧 이어 터지는 기사단원들의 함성으로
인해 시끌벅적해져버렸다. 그런 와중에 시리안은 그를 향해 손을 내밀면서 얼굴에 살짝 웃
음을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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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도서관은 그 이름답게 반경 1km의 어마어마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그만큼
큰 넓이에도 불구하고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책장과 그 안을 수북히 메꾸고 있는 책들을 보
자면 그 수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안 갈 정도였다.
"오랜만에 밖으로 나가서 마을 구경 좀 해볼까. 에닌 함께 가겠어…?"
그의 물음에 지에트닌은 생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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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그들의 시야에 폭설이 지나고 생긴 안개 사이로 흐릿흐릿하지만 한
남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180이 조금 넘어 보이는 키, 어깨뼈까지 만을 가리고 있는 조끼 같
은 갑옷과 팔목까지 와 닿는 긴 길이의 특이한 장갑, 긴 검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천천히 기
사단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수려한 외모의 소유자, 바로 시리안 레아크린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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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기생을 하는 녀석이라면 마물일 가능성이 높겠지. 나중에 왕궁으로 돌아가면 알아
봐야겠군.'
그는 여러 가지로 복잡한 심정을 결국 이렇게 끝맺음 짓고는 다시 걸음을 내딛었다. 지금
은 일단 그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정리할 때였다.
그렇게 눈길을 헤치며 한참을 걸었을 때에야 그들은 카르세인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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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 곳이 남았어……. 잡화점. 그녀의 사진을 보관할 펜던트가 필요하거든."
이 말에 지에트닌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모를 아쉬운 기분이 스며들어와 지에트
닌에게 씁쓸한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그리고 잡화점으로 걸음을 옮기는 동안 그는 생각했
다. '너에게 앞으로 밝고 생기 있는 웃음을 선사할 수 있는 것은 그녀밖에 없겠구나.'라
고…….
<라운파이터> 1-2화. 생기 있는 웃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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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잡화점의 내부 배경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옛 가구부터 서양
의 인형까지 여러 가지들이 있었지만 시리안은 그런 것들에게는 눈길조차 돌리지 않은 채
들어오자마자 연륜이 꽤 있어 보이는 잡화점 주인에게 다가가 한 마디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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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자신을 그렇게 부른다는 것은 곧 그가 옛 추억에 절어있다는 것을 뜻했다. 아마
도 에리셀, 그녀와 지내왔던 추억을 생각하다 더 거슬러 올라가 자신과 만났던 곳에까지 이
르렀을 터……즉 그는 현재에 처한 슬픔을 잊기 위해 행복했던 추억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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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수십 여 차례가 넘도록 공격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그들은 둘 다 상대방에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다. 그저 상대방이 공격을 하면 피하고 자신이 공격을 하는 것이 반복되었
을 뿐이었다. 그것은 수백 여 차례 공격을 주고 받아도 마찬가지였다.
시리안은 그 검집을 왼손으로 잡아 그의 행동을 억제시키고는 다른 한 손으로 그의 얼굴을
노려갔다. 그에 지에트닌의 얼굴에 일순간 당혹스러운 감이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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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할 것 없다 에닌. 네가 보듯이 나는 많이 괜찮아졌으니까 이 정도면 3주일 후에 있을
전쟁에서 별탈은 없을 거야."
그의 말에 지에트닌은 눈가에 얕은 미소를 띄웠다.
시리안은 무릎을 굽혀 오크의 시체를 유심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에 그는 오
크의 찢어진 복부 안쪽으로 하나의 생물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동그랗고도 작은, 그
리고 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생물은 아주 기괴스러울 정도로 희한하게 생긴 두 눈
으로 시리안을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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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걸어서야 그는 시리안이 묵고있는 집의 문 앞에 도착했다. 그는 문을 열기 위해 손
잡이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손잡이의 바로 앞에서 움직이
던 손을 멈추었다. 그의 손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고, 표정 또한 무엇인가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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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안님 오랜만에 뵙는군요. 휴가가 끝나셨다지요?"
그에 시리안 역시 얼굴에 살짝 웃음기를 머금으며 답했다.
"………이게 무슨 소리지?"
그는 이렇게 말하고는 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바로 그곳은 왕의 숙소인
왕실 문 앞이었다. 들릴 듯 말 듯한 소리에 지에트닌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문에 자신의 귀
를 가까이 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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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이었다면 어두워서 길을 찾기가 힘들었겠지만 지금은 해가 떠오를 때, 비록 얇지만
조금은 밝아진 하늘의 빛이 창살을 통해 들어와 주변을 비추어 그가 길을 찾는 데에 별탈이
없도록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걸음을 내딛으며 시간이 지나 그가 도착한 곳은 거대
한 문, 바로 왕실 도서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