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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상황이 유머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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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딱










































시리안은 지금 눈을 감고 있었다. 자는 듯 하지만 그는 사실 한숨도 자지 못했다. 그저 눈 만 감은 채 에리셀……그녀와 함께 보냈던 나날들을 생각하며 끊임없이 슬퍼했을 뿐……. 그것은 그의 눈물로 인해 젖어버린 이불과 베개만 보아도 충분히 가늠할 수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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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심하군. 돌아오자마자 그 혹독한 수련을 하게 하다니." 그의 말에 시리안은 얼굴에 만연한 미소를 띄었다. "받으십시오. 수리엘 기사단의 단장님이시여. 일전에 당신의 기사단은 저희 마을을 구해주 신 적이 있으니 그 대가로 드리는 것이라 생각하십시오. 그 2년 전 몬스터 침입 사건 때 저 희 마을에 한시라도 늦게 왔다면 저는 물론이거니와 이 마을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이 죽었 을 테니까요." 그 말을 듣고서야 두 사람은 그가 왜 이 펜던트를 주는지 이해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 냥 받기에는 힘든 물품이었기에 시리안은 주머니에서 금화 1닢을 꺼내어 그의 손에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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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안은 책을 덮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서 잠시동안 마족과 계약하며 미소짓는 모습으로 사라져갔을 그를 생각하며 속으로 그가 꼭 주신에게서 새로운 영혼을 부여받아 환생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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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 하지만 그 동안 내가 없었으니까 편했을 테니 그 정도는 해줘야지." "어쨌든 불쌍하게 됐구나 우리 단원들. 어쩌다 너 같은 녀석이 단장이 되어 갖고." 그의 말을 들으며 시리안은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렸다. 그리고는 나직이 한 마디의 말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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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그 생물은 갑자기 오크의 몸 속에서 빠져 나와 시리안을 덮 쳐갔다. 갑작스런 생물의 행동에 시리안은 순간 당황했지만 이윽고 차분함을 유지하며 마나 를 운용해 생물을 소멸시켜버렸다. 그의 이마 사이로 땀이 흘러내렸다. 잘못했으면 자신이 당했을지도 모를 만큼 그 생물은 자신의 코앞에까지 다다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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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는 건가? 이런 중요한 때에 보통 일로 빠질 녀석이 아닌데…….' 훈련을 하는 내내 시리안은 걱정이 되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저 그가 돌아오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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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전혀 피곤하다거나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고민하는 듯한 기색이 어려있을 뿐. 아마도 자신이 알고 싶었던 바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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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어울리는군" 옆에서 지에트닌이 펜던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시리안은 그를 바라보며 떨리는 얼 굴을 재차 몇 번이나 끄덕이고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웃고 있었지만 그의 웃음은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그런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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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아 숲에 몬스터가 있을 리가……. 그리고 오크가 저렇게 빨랐던가?' 시리안은 눈으로 멀어져만 가는 오크를 바라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평화의 숲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리아에는 동식물만이 존재할 뿐, 몬스터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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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눈 깜짝할 사이에 서로에게 다다랐다. 지에트닌의 검집이 시리안의 얼굴을 파고들었다. 시리안은 강한 기세로 자신을 파고드는 그의 검집을 가볍게 옆으로 피하고는 양손으로 그의 복부와 얼굴을 향해 몇 차례 주먹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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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한 대로 105번째 책장의 4번째 칸에는 '마물의 종류에 대하여'라는 책이 5권 정도 나열되어 있었다. 시리안은 그 책을 손으로 집어 펼쳤다. 그러자 책의 첫 머릿글이 그의 눈 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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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안은 그런 그의 공격을 무투가 특유의 날렵한 몸놀림으로 피하며 바짝 붙어 그의 급소 를 노렸다. 아무래도 가까이 붙으면 검을 다루기가 힘들었고, 그만큼 그에게 유리해지기 마 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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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이 끝나자 곧 기사단원들은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가 줄을 맞추었다. 그런 그들을 바 라보며 시리안은 단장으로써 몇 마디의 말을 내뱉었다. 그 묘비의 주인은 그가 가장 사랑하던 아내였다. 자신의 보잘것없는 목숨보다도 사랑했던 그녀의 묘비……. 그녀는 병을 앓고 있었다. 그녀의 병을 고치기 위해 그는 유명한 의사들이란 의사는 모두 수소문해보았으나 절망스럽게도 그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의사는 단 한 명도 없었 다. 조금이나마 치료할 방법을 아는 의사조차도……. 그저 다들 고개를 흔들고 자리를 떠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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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대가 살아있기만 한다면 행복합니다 그대가 화를 내어도 그 어떤 모습을 보인다고 해도 나는 그대의 모습만 볼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지금 그대의 모습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 후로 나는 여태껏 단 하루도 그대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슬퍼했고, 지금도 또 가슴이 저려옵니다 그렇게 사랑했지만 결국 난 그대가 죽어 그 묘비에 묻힐 때까지 웃어주는 것밖에 해줄 수가 없었지요 나는 바보이니까……그렇게 그대를 떠나보낸 것이겠지요 마지막으로 그대가 남긴 유언장, 그 말은 언제까지나 명심할겁니다 그것은 곧 바로 나의 길 그리고 그대와의 약속을 지키는 일 또한 내가 살아있는 단 하나의 이유이니까………. 그의 목소리가 멎었다. 술집 안은 쥐죽은듯이 조용했다.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예 전 같지가 않았다. 사람들 모두 그의 목소리에 가슴이 찡해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 중에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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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동안의 기도가 끝난 뒤 그는 다시 책을 펴고, 책장을 넘기며 마물들을 훑어보기 시작 했다. 그가 5권에 달하는 그 책들을 다 훑어보았을 때에는 시게의 초점이 12시를 가리킬 때 쯤이었다. 그가 이 도서관에 들어온 시각이 새벽 5시임을 생각하면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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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군요. 17이란 어린 나이에 벌써 수백만 권에 달하는 책들의 3분의 2를 외다니. 참으 로 흡족스러우시겠습니다." "하하 뭐 그렇지요. 그나저나 오늘은 무슨 책을 찾으러 오셨습니까?" 시리안은 그 말을 듣고는 '아'하는 탄성을 흘렸다. 이야기를 나누느라 자신의 본래 목적은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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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슈슈슉 서로의 공격이 상대방을 향해 날아갈 때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세차게 들려왔다. 그만 큼 그들의 스피드는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른 사람이라고 해도 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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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닌……? 왜 그래? 안색이 안 좋다." 펜던트를 집어넣고는 고개를 들어 지에트닌을 바라보며 시리안은 물었다. 시리안의 말대로 그의 얼굴에는 왠지 모르게 흑빛이 어려져 있었다. 갑작스런 시리안의 말에 그는 씁쓸한 미 소를 얼굴에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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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러 오신 것 같은데 괜찮다면 같이 합석해도 되겠습니까?" 음유시인의 이런 말에 시리안과 지에트닌 둘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시에 답했다. "아……근데 어디로 간다는 거지? 카르세인 마을? 아니면 지르테 성의 외부에 있는 지르테 마을을 말하는 건가?" 그의 말에 시리안은 잠시 생각하는 듯이 손을 턱에 대며 '흐음'하는 음성을 흘리더니 이윽 고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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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초상화를 손으로 잡고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녀와 지냈을 때의 일이 주마등처럼 그 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가 아플 때 자신에게 초상화 하나라도 남겨주고 싶다며 화가에게 찾아갔던 일, 분명 그 때만해도 그녀는 자신의 앞에서 이 초상화와 같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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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일어서라." 시리안의 나직한 한 마디에 그들은 다시 자신의 검을 들어 허리춤에 매인 검집에 집어넣고 는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그 때 지에트닌이 발을 내딛어 시리안의 앞으로 다가 오고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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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건 그렇지만." 그렇게 얘기를 나누던 둘은 어느 새 도서관의 출구에 다다랐다. 출구의 옆에는 언제나 그 랬듯이 하프린이 돋보기 안경을 끼고서 하나의 책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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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 곳이 남았어……. 잡화점. 그녀의 사진을 보관할 펜던트가 필요하거든." 이 말에 지에트닌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모를 아쉬운 기분이 스며들어와 지에트 닌에게 씁쓸한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그리고 잡화점으로 걸음을 옮기는 동안 그는 생각했 다. '너에게 앞으로 밝고 생기 있는 웃음을 선사할 수 있는 것은 그녀밖에 없겠구나.'라 고……. <라운파이터> 1-2화. 생기 있는 웃음(3) 딸랑딸랑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잡화점의 내부 배경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옛 가구부터 서양 의 인형까지 여러 가지들이 있었지만 시리안은 그런 것들에게는 눈길조차 돌리지 않은 채 들어오자마자 연륜이 꽤 있어 보이는 잡화점 주인에게 다가가 한 마디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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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두 눈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참으려 했지만 도저히 흘러나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아마도 기생을 하는 녀석이라면 마물일 가능성이 높겠지. 나중에 왕궁으로 돌아가면 알아 봐야겠군.' 그는 여러 가지로 복잡한 심정을 결국 이렇게 끝맺음 짓고는 다시 걸음을 내딛었다. 지금 은 일단 그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정리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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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테 마을로 가면 좀 귀찮을 테니까 카르세인 마을로 가자." "그럼 방향을 바꿔야겠군. 이 방향으로 간다면 지르테 마을이니까." 두 사람은 이렇게 말을 나누고는 방향을 돌려서 카르세인 마을과 연결된 길을 따라 밑으로 내려갔다. 지나가는 길의 사이사이로 세워져있는 나무들이 반기듯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그 들은 몇 마디 얘기를 주고받으며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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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헤어진지 벌써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705∼725 에리셀 츠센가르트 청순하고 가련한 여자. 웃는 모습이 매력적인 여자.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던 여자. 참으로 마음씨가 고왔던 여자. 이곳에 묻히다……. 순간 눈에 들어온 비석에 새겨진 글들이 다시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게 했다. 그는 그렇 게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으며 자신이 손에 든 한 송이의 백합을 그녀의 묘비 앞에 얹어 놓았다. 그리고서 그녀의 묘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흐느낌이 가득한 목소리 로……. "리셀……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네가 죽었다는 게 나는 지금도 믿어지지가 않 아. 아직도 뒤만 돌아보면 네가 웃으며 나를 반겨줄 것 같은데……. 그런데 네가 죽었다니. 그런 너의 마지막조차 함께 있어주지 못했던 난 정말 바보 같은 녀석이야. 이제 나는 어떻 게 해야 좋을까? 너 없는 세상은 생각해 본적도 없는데……. 죽고 싶지만 나는 앞으로 나아 가야겠지? 내가 죽는 것은 네가 바라지 않을 테니까……. 그렇겠지? 리셀……." 그는 이렇게 말하고는 그 상태로 그녀의 묘비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눈이 감겨진 시 간이 눈을 뜬 시간보다 많은 것으로 보아 아마도 그는 옛 일을 회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녀와 행복했던 추억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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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안은 그 검집을 왼손으로 잡아 그의 행동을 억제시키고는 다른 한 손으로 그의 얼굴을 노려갔다. 그에 지에트닌의 얼굴에 일순간 당혹스러운 감이 어렸다. 그리고 중급 마물에 해당하는 마물부터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홀린다거나 하는 초능력이 각 자 한 개씩 존재한다. 그리고 하급 마물보다는 조금 더 형태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으며 좀 더 강한 힘을 갖고 있다. 그들은 마계에서는 자신보다 약한 마물을 잡아먹으며 힘을 늘려나 가고 인간계에 내려올 경우에는 자신의 초능력을 이용하여 계약을 맺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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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잠시동안이나마 얘기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의 친구로써 감사를 드리지요. 언제 꼭 다시 한 번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꼭 다시 뵈었으면 좋겠군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두 사람의 말에 그는 생긋 웃으며 이렇게 말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그가 떠나고서 시리안은 나직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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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 어색해 에닌. 너의 그런 말투 정말 안 어울린다." 그런 그의 말에 지에트닌은 얼굴을 벌겋게 달구면서 당황했는지 떨리는 목소리를 자아냈 다. -젊은 음유시인들의 모임- 길드장: 에스완 컨네티 나이: 23세 주소: 지네오스 왕국의 영토 지배하에 있는 알케샤. 알케샤에서 '주리난'이라는 술집에 가서 주인에게 이 명함을 내밀며 이곳을 가르쳐달라면 알 수 있을 것. 그 젊은 음유시인들의 모임이란 밖으로 잘 들어 나지 않은 길드였던 모양이었다. 주소를 찾기 위한 과정이 꽤나 복잡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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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완전히 기색을 되찾은 것 같지는 않지만 많이 좋아 보이는군요. 단장님." 그가 시리안에게 존댓말을 쓴 것은 그가 돌아왔단 것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약간의 장난을 담은 것이었다. 그런 그의 행동과 말투는 어색하기 짝이 없었고, 그에 시리안은 한 차례 웃 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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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장갑의 길이는 팔목에까지 이르러 있었다. 주먹 부위의 중앙에 루비로 보이는 새빨간 보석이 박혀있고 이곳 저곳에 알 수 없는 문양의 표시들이 새겨져있는 장갑. 평범해 보이지 는 않는 장갑이었다. 하지만 그는 검을 들고 있지는 않았다. 허리춤에 매여있지도 않았고, 또한 그의 손에 들려있지도 않았다. 어쩌다 자신의 검을 그냥 놓고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현재 검을 들고 있지는 않았다. 그저 손에 한 송이의 백합을 들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외형은 그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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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안은 시를 맞춤과 함께 무대에서 내려오며 자신의 테이블로 돌아왔다. 순간 어느 한 곳에서 박수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를 발판으로 술집 안은 온통 사람들의 박수소 리로 가득 찼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 음유시인 역시 박수를 치며 시리안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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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숨을 고르는 동안 주위의 단원들을 봐서라도 시간을 오래 끌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 을 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상대 방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 날 밤 지에트닌은 전쟁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 시리안의 숙소로 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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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가 입고있는 갑옷은 생김새가 보통의 갑옷과는 남달랐다. 어깨가 조금 안 닿는 갑옷… 웨이스트코트(조끼)같이 생겼다고나 할까? 한 마디로 기존의 갑옷에서 어깨뼈까지의 부분을 없앤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말 희한한 것은 그가 손에 끼고 있는 장갑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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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으실 대로……." 합석을 함과 동시에 음유시인은 궁금한 게 많았는지 시리안에게 질문공세를 하기 시작했 다. 지에트닌은 그저 그것을 바라보며 가끔 몇 마디의 말을 꺼낼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 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서 해가 저물어 밖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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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해드린 것도 없는데 과분한 선물이군요. 필요하다면 꼭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곧 지에트닌 역시 작별인사를 건넸다. 순간 그런 이리아 숲의 한 길 사이로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온 둘은 또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제 갈 데도 없는 것 같은데 걸음을 옮기 는 시리안을 보며 지에트닌은 내심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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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손잡이를 잡아 문을 염과 동시에 바깥과는 다른 환한 불빛이 스며 들어와 그의 눈을 잠시 찌푸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곧 그의 눈은 빛에 익숙해져가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왕 실 도서관의 내부 배경이 그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죄송하지만 왜 웃으셨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의 말에 시리안은 웃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그에게 시선을 맞추었다. 그리고서는 살짝 얼굴에 얕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말에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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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하아…." "허억…허억…." 시간이 흘러갈수록 그들의 숨소리는 점차 거칠어져만 갔다. 그로 인해 오히려 주변의 단원 들이 숨을 죽일 정도로……. 하지만 그들은 쉬지 않고 서로에게 계속 공격을 가해갔다. 우선 하급 마물은 남에게 기생하여 그 생기를 빨아들여 크기와 힘을 늘려 나가는 것이 대 부분이다. 그들은 크기도 작고 형태도 단순하며 초반에는 힘이 없지만 교묘한 말재주로 다 른 생명체를 꼬셔서 그 힘을 빨아들이고, 그게 어느 정도냐에 따라서 때로는 중급 마물의 힘을 갖추기도 한다. 물론 그 한계가 정해져 있어서 아무리 힘을 빨아들인다 한들 그리 강 한 힘을 갖추지는 못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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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준비를 맞추었다는 듯이 손으로 하프의 줄을 퉁기기 시작했 다. 아름다운 선율이 공기를 타고 점점 술집 안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음유시 인의 맑고 고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그 생물이 어떤 생물인지는 알아냈어?" 시리안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지에트닌은 이렇게 물어왔다. 그에 시리안은 고개를 흔들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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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5권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그 안에는 수천 가지의 종류에 달하는 마물들의 초상화 와 설명이 적혀져 있다. 사실 이 책은 필자가 적어놓은 것이 아니다. 지금 그대가 보고 있는 이 글을 읽기에 앞서 간략하게 설명해놓은 이 글만이 필자가 적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대들이 마물들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기를 바라며 내가 한 상급 마족에게 나의 혼을 넘겨주는 대가로 받은 물건이다. 부디 그대들은 이 책을 읽고 마물들에 대한 지식을 쌓고, 그에 대한 대처 방법을 강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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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안은 손을 내밀었다. 곧 '터억'하는 소리와 함께 오크의 주먹이 그의 손에 잡혀 봉쇄되 어버렸다. 그와 함께 순간 시리안은 다른 손으로 마나를 운용하여 오크의 몸통에 일격을 가 했다. "으…응? 뭐라고?" 시리안은 어벙벙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며 지에트 닌은 걱정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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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라고……. 그리고 그런 말과 함께 추위로 인해 뿜어져 나오는 하얀 입김 사이로 어느 새 그의 얼굴에서는 소리 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럼 시작해볼까?" "좋지." 대련을 하기 위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미소가 가득하던 그들의 얼굴은 어느 새 진지해져 있었다. 서로 상대방의 실력이 자신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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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수척해졌지……. 내가 봐도 놀랄 정도라니까. 하하핫……." "리안 너……" "나는 괜찮아……. 네가 무슨 일로 날 찾아온 건지도 알고 있으니까. 걱정마. 이미 마음의 정리는 거의 다 됐으니까. 1주일……1주일 동안의 휴가 기간이 끝나면 생기 있는 내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지. 전쟁에서 나 때문에 패배하는 일은 없을 거야." 걱정이 가득히 담겨있는 표정으로 위로를 하려던 지에트닌의 말을 중간에 끊으며 그는 이 렇게 말했다. 그와 함께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지에트닌을 향해 살며시 웃음을 지어 보였 다. 그 웃음은 비록 생기가 없었지만 방금 전보다는 나아 보이는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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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도 훌륭했습니다. 지에트닌 부단장." 지금 그들이 한말은 일명 '격식'이라는 것. 대련이 끝났을 때 진 쪽이던 이긴 쪽이던 간에 상대방에게 예의를 차리는 것이 바로 그에 포함되는 것이다. 보통의 기사들이라면 당연시 여기는 것이었다.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던 음유시인은 곧 무대에서 내려와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앞 에 서서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연주를 듣고 웃음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다면 기분이 나쁘기 마련인데 그는 전혀 그렇지가 않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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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시간이 흘렀을 때 순간 얘기를 듣고 있던 지에트닌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그의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곧 지에트닌은 재빠르게 걸음을 내딛어 그곳을 벗어났다. 무슨 말을 들었는지 충격에 휩싸인 얼굴로 몸을 약간 휘청휘청 거리며 지에트닌은 자신의 숙소로 돌아 가 침대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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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음유시인이 품안에서 작은 종이를 꺼내었다. 그는 펜촉으로 종이에 무엇인가를 적더 니 그것을 시리안에게 내밀며 입을 열었다. 676년 10월 5일 크쥬신 베리오스 씀. 영혼이 사라진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가 완전히 지워진다는 것. 환생조차 할 수 없게 된다 는 것, 그런 것인데 자신의 영혼을 넘긴다는 것은 아무리 굳은 결심을 다졌다해도 쉬운 일 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혼을 넘기면서까지 인간을 위하는 그를 보며 시리안은 순간 가슴이 찡해져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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