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刻호의가계속되면그게권리인줄압니다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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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레한 저녁 무렵, 대문을 열고 나와 크고 으리으리한 저택들이 쭉 늘어선 넓은 골목을 
뛰어서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번화가에 발을 디뎠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것은 질색이지만 
나를 가려줄 수 있는 그 틈에 섞여서 이리저리 몸을 숨기며 눈에 띄지 않게 거리를 활보했 
다. 평상시에는 볼 수 없는 예복 차림으로 길거리를 걷는 맨발의 여자를 보고 무슨 구경거 
리라도 되듯 하나같은 따가운 시선이 나를 향했지만, 그것보다 어떻게 하면 오늘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더 이상 쫓아오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공원 벤 
치에 오랫동안 앉아 있다가 문득 혼자 살고 있는 지유가 생각나서 언젠가 들은 적이 있는 
이 곳의 주소를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어 온 것이다. 
지유는 내가 말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았는지 그다지 캐묻지 않았다. 

"됐어. 류비원이 길바닥에서 자지 않은 게 어디냐." 
훗…. 그래, 내가 길바닥에 벌러덩 누워 버리지 않은 게 인간 세계에 적응하고 있다는 징 
조가 아닐까. 
"그래도 용케 잘 찾아왔네?" 
"내가 기억력 하나는 끝내주잖냐." 
"생존 본능이 투철한 거겠지." 
"그런가…." 
그렇겠지…? 이렇게 재미없는 세상에서 아직 숨쉬고 있는데…. 

"…우리 나이가 몇인데 벌써 약혼이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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