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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딱










































이 책은 5권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그 안에는 수천 가지의 종류에 달하는 마물들의 초상화 와 설명이 적혀져 있다. 사실 이 책은 필자가 적어놓은 것이 아니다. 지금 그대가 보고 있는 이 글을 읽기에 앞서 간략하게 설명해놓은 이 글만이 필자가 적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대들이 마물들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기를 바라며 내가 한 상급 마족에게 나의 혼을 넘겨주는 대가로 받은 물건이다. 부디 그대들은 이 책을 읽고 마물들에 대한 지식을 쌓고, 그에 대한 대처 방법을 강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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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서 검을 꺼내어 바로 자신의 앞에 '콱'하고 박고는 두 손을 모아 단장인 그를 맞이했 다. "그러실 것은 없는데……차라리 제가 처한 상황을 시로 대답해드리면 이해가 빠르시겠지 요." "리안 하지만 그건……." 지에트닌은 이렇게 말하며 걱정이 가득히 담긴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시 리안은 생긋 웃음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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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대련진영으로!!"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기사단원들은 재빨리 흩어지며 두 사람을 중심으로 한 원형 의 울타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원은 처음에는 비록 작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커지 더니 이윽고 지름이 100m에 될 정도로 거대해졌다. 그리고 원의 중앙에는 시리안과 지에트 닌 두 사람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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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눈길을 헤치며 한참을 걸었을 때에야 그들은 카르세인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리안의 손날은 그의 목에 닿기 바로 직전에 멈추었다. 시리안의 손을 바라보면서 숨을 죽이며 진땀을 흘리고 있던 지에트닌은 이내 불안정해진 자세를 바로 잡지 못하고 땅바닥에 엉덩이를 부딪치고 말았다. 그 순간 그는 얼굴을 찌푸리더니 이윽고 흐트러진 호흡을 가다 듬고는 시리안을 바라보면서 살짝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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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장갑의 길이는 팔목에까지 이르러 있었다. 주먹 부위의 중앙에 루비로 보이는 새빨간 보석이 박혀있고 이곳 저곳에 알 수 없는 문양의 표시들이 새겨져있는 장갑. 평범해 보이지 는 않는 장갑이었다. 하지만 그는 검을 들고 있지는 않았다. 허리춤에 매여있지도 않았고, 또한 그의 손에 들려있지도 않았다. 어쩌다 자신의 검을 그냥 놓고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현재 검을 들고 있지는 않았다. 그저 손에 한 송이의 백합을 들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외형은 그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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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행복하게 지내고 싶었는데……그 뿐이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엇갈려버린 건 지…….' 그는 멍한 얼굴로 걸음을 내딛으며 이런 생각을 하다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렸다. 이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자신만 괴로울 뿐인데도 왜 자꾸 그녀가 어렴풋이 머리에 아른거리는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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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심하군. 돌아오자마자 그 혹독한 수련을 하게 하다니." 그의 말에 시리안은 얼굴에 만연한 미소를 띄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그들의 시야에 폭설이 지나고 생긴 안개 사이로 흐릿흐릿하지만 한 남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180이 조금 넘어 보이는 키, 어깨뼈까지 만을 가리고 있는 조끼 같 은 갑옷과 팔목까지 와 닿는 긴 길이의 특이한 장갑, 긴 검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천천히 기 사단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수려한 외모의 소유자, 바로 시리안 레아크린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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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에트닌의 검집은 까다롭게 움직이며 시리안의 행동에 제한을 주었다. 머리를 향해 내려 치는 그의 검집을 시리안이 옆으로 피했다 싶으면 순간 각도가 틀어지며 그의 목을 노려오 는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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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그래? 나도 왠지 그런 느낌이 든다." "뭐 아는 사람이라면 나중에 생각이 나겠지." 시리안은 이렇게 말하고는 그가 건네준 종이를 들여다보았다. 왕실 도서관은 그 이름답게 반경 1km의 어마어마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그만큼 큰 넓이에도 불구하고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책장과 그 안을 수북히 메꾸고 있는 책들을 보 자면 그 수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안 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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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준비를 맞추었다는 듯이 손으로 하프의 줄을 퉁기기 시작했 다. 아름다운 선율이 공기를 타고 점점 술집 안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음유시 인의 맑고 고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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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도 훌륭했습니다. 지에트닌 부단장." 지금 그들이 한말은 일명 '격식'이라는 것. 대련이 끝났을 때 진 쪽이던 이긴 쪽이던 간에 상대방에게 예의를 차리는 것이 바로 그에 포함되는 것이다. 보통의 기사들이라면 당연시 여기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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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십니까. 두 분, 부디 다음 전쟁에서 승전보를 전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두 사람이 출구에 다가서자 하프린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을 건넸다. 그에 시리안이 입을 열어 작별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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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 하지만 그 동안 내가 없었으니까 편했을 테니 그 정도는 해줘야지." "어쨌든 불쌍하게 됐구나 우리 단원들. 어쩌다 너 같은 녀석이 단장이 되어 갖고." 그의 말을 들으며 시리안은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렸다. 그리고는 나직이 한 마디의 말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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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들을 차츰차츰 지나가고 어느 새 시리안은 이리아 숲의 눈길 사이로 발을 들였다. 바 닥을 밟을 때마다 발목까지 차 오르는 눈들이 그의 걸음을 느리게 했다. 차가웠지만 아름다 웠다. 완전히 눈의 숲같이 되어버린 주변 환경이 다시금 그녀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할듯했 다. 그 순간 그의 앞으로 하나의 그림자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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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들만의 전투이니까 일단은 어떻게 대열을 세워야 효과적이냐가 문제겠지.' 별로 남지 않은 전쟁. 시리안의 숙소에 도착하기 전 지에트닌은 걸음을 내딛으며 속으로 나름대로 전쟁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생각했다. 그러다가 그의 귓가로 문득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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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안은 무릎을 굽혀 오크의 시체를 유심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에 그는 오 크의 찢어진 복부 안쪽으로 하나의 생물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동그랗고도 작은, 그 리고 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생물은 아주 기괴스러울 정도로 희한하게 생긴 두 눈 으로 시리안을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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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단장님은 오늘 아침 어디론가 떠나셨습니다. 한 내일 오후쯤 돌아올 거라고 단장님께 미안하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하시고는……." "그런가. 알았다. 오늘은 그를 제외하고 훈련에 임하도록 하지." 그는 이렇게 말하고서 훈련을 이끌었다. 한 차례 두 차례 훈련이 반복될 때마다 그들의 발 걸음에 주변에는 모래먼지가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숨은 가빠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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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석푸석 남자였다.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발목이 눈 속 깊이 빠져 힘든 발걸음을 하고 있는 그 는 남자였다. 185cm즘 되 보이는 훤칠한 키를 가지고 있는. "하아……." 그의 입술을 타고 하얀 입김이 흘러나왔다. 긴 은빛 머리칼이 차가운 바람을 타고 흩날렸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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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지에트닌은 가슴이 저려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시리안의 힘이 없는 목소리는 그의 괴로움을 더욱 가중(加重)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 는 애써 그 슬픔을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다. 자신이 위로하러 온 마당에 자신이 슬퍼할 수 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 지에트닌은 이렇게 말하고는 옆에 있는 책상에서 의자를 꺼냈다. 그리고 의자를 그의 침대 옆에 놓아 앉았다. 몸을 일으키기도 힘들 게 분명한 그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의 뜻과는 달리 시리안은 서서히 눈을 뜨고서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지에트닌이 제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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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파이터> 1-4화. 도서관에서 왕성으로 돌아온 뒤 시리안은 금방 잠에 빠져들었다. 웬일인지 평소보다 일찍 자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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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안은 손을 내밀었다. 곧 '터억'하는 소리와 함께 오크의 주먹이 그의 손에 잡혀 봉쇄되 어버렸다. 그와 함께 순간 시리안은 다른 손으로 마나를 운용하여 오크의 몸통에 일격을 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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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의 몸을 하늘에서 차가운 바람을 타고 내려온 눈이 써늘하게 적시고 있다……. 그 의 머리에도, 그가 흘리고 있는 눈물에도……온통 하얀 눈이 바람을 타고 내려와 그 눈물을 감추어 버린다……. 차가운 느낌이 몸을 타고 전해져 왔지만 그는 그저 계속 눈물을 흘렸다. 흐느낌이 없는 눈 물. 묘비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멍한 눈동자에서는 말없이 눈물만이 흘러내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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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하늘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을 리셀……. 그녀를 위해서라도 저는 절대로 죽지 않을 겁니다. 절대로…….' 그런 그들의 뒤로 '끼이익'하며 조용하게 도서관의 문이 닫혔다. 마치 두 사람의 운명을 예 시라도 하듯이. <라운파이터> 1-5화. 전쟁 하루 전 두 사람은 곧 훈련 소집 장소에 도착해 인원을 점검했다. 그리고 곧 훈련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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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어울리는군" 옆에서 지에트닌이 펜던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시리안은 그를 바라보며 떨리는 얼 굴을 재차 몇 번이나 끄덕이고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웃고 있었지만 그의 웃음은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그런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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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안은 책을 덮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서 잠시동안 마족과 계약하며 미소짓는 모습으로 사라져갔을 그를 생각하며 속으로 그가 꼭 주신에게서 새로운 영혼을 부여받아 환생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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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해드린 것도 없는데 과분한 선물이군요. 필요하다면 꼭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곧 지에트닌 역시 작별인사를 건넸다. 어느 새 하늘은 붉어져 있었고, 그 아래에서는 해가 몸을 반이나 가린 채 밝은 빛을 내뿜 으며 서서히 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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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음유시인이 품안에서 작은 종이를 꺼내었다. 그는 펜촉으로 종이에 무엇인가를 적더 니 그것을 시리안에게 내밀며 입을 열었다. 그런 그들의 눈빛은 다른 사람이 보았다면 그 자리에서 얼어 붙어버렸을 정도로 위압감이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짧은 시간동안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들은 한 순간 눈 을 번뜩이며 서로를 향해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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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일어서라." 시리안의 나직한 한 마디에 그들은 다시 자신의 검을 들어 허리춤에 매인 검집에 집어넣고 는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그 때 지에트닌이 발을 내딛어 시리안의 앞으로 다가 오고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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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닌……? 왜 그래? 안색이 안 좋다." 펜던트를 집어넣고는 고개를 들어 지에트닌을 바라보며 시리안은 물었다. 시리안의 말대로 그의 얼굴에는 왠지 모르게 흑빛이 어려져 있었다. 갑작스런 시리안의 말에 그는 씁쓸한 미 소를 얼굴에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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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헤어진지 벌써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래……. 너무나도 아름다워."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고서 그는 뚜껑을 닿고는 그 펜던트를 품안에 집어넣었다. 목에 걸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도둑이 달라붙을 위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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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이 끝나자 곧 기사단원들은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가 줄을 맞추었다. 그런 그들을 바 라보며 시리안은 단장으로써 몇 마디의 말을 내뱉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이런 중요한 때에 보통 일로 빠질 녀석이 아닌데…….' 훈련을 하는 내내 시리안은 걱정이 되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저 그가 돌아오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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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의 앞에서 웃음을 잃지 않았었다. 그가 잠에 들었을 때야 거 실로 나가서 고통의 신음소리를 흘리는 그녀, 그렇게 고통스러운데도 자신에게 걱정을 주지 않기 위해서 웃음을 보여주었던 그녀……. 그런 그녀를 위해 자신은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었다. 그저 그녀가 오늘 이 묘비에 묻힐 때까지 위로해주고, 울고 싶지만 애써 웃음을 보 여주는 것밖에 자신은 할 수가 없었다……. 그는 그렇게 자신을 질책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 녀의 묘비 앞에서. 그렇게 한참동안 눈을 맞으며 멍하니 서있던 그는 순간 그녀의 묘비 앞에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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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난 후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그 때는 술이나 같이 한 잔 하지요." "술이라면 나도 같이 하고 싶군. 그 때는 저도 같이 오도록 하지요." 술이란 얘기에 지에트닌은 중간에 끼어 들며 이렇게 말을 건넸다. 그는 전쟁이나 훈련 후 술을 먹는 것을 아주 좋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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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전혀 피곤하다거나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고민하는 듯한 기색이 어려있을 뿐. 아마도 자신이 알고 싶었던 바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아무래도 고민을 하느라 그의 기척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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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슈슈슉 서로의 공격이 상대방을 향해 날아갈 때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세차게 들려왔다. 그만 큼 그들의 스피드는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른 사람이라고 해도 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너도 알잖아. 그 2년 전……몬스터 침입 사건 때 우리 아버지가 그 녀석들에게 맞서다가 돌아가신 것……그 때 일이 다시 생각나서 그래." "그…그렇구나……." 그의 말에 시리안은 이렇게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탓인지도 몰랐다. 그 때 지에트닌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은. "이제 기사단의 숙소로 돌아가 보아야겠군. 리안 약속한 거다. 1주일 후면 예전의 너의 모 습을 보여준다고." 얼굴에 억지로 웃음을 띄우며 지에트닌은 이렇게 말했다. 그에 시리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애써 덩달아 웃음을 띄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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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면 이 녀석은 아마도 다른 녀석의 몸에 기생하여 자신의 의지대로 부리는 능력이 있는 것 같구나. 게다가 본래의 힘을 훨씬 상회하는 힘을 발휘하는 능력까 지…….'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갑작스럽게 출현한 몬스터도, 희귀한 생물도 약간 복잡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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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완전히 기색을 되찾은 것 같지는 않지만 많이 좋아 보이는군요. 단장님." 그가 시리안에게 존댓말을 쓴 것은 그가 돌아왔단 것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약간의 장난을 담은 것이었다. 그런 그의 행동과 말투는 어색하기 짝이 없었고, 그에 시리안은 한 차례 웃 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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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잠깐 동안 가만히 서있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그나마 움직일만해졌는지 그는 힘 없는 발걸음을 돌려 오두막집을 향해 다가갔다. 한 걸음을 내딛는데 만해도 꽤나 오랜 시간 을 허비하는 그의 뒷모습에는 애처로움이 가득히 담겨 있었다. 그가 말한 대로 105번째 책장의 4번째 칸에는 '마물의 종류에 대하여'라는 책이 5권 정도 나열되어 있었다. 시리안은 그 책을 손으로 집어 펼쳤다. 그러자 책의 첫 머릿글이 그의 눈 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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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아!!" 거대한 기합소리가 훈련장을 울렸다. 단원들은 열성적으로 훈련에 임했다. 그들의 이마에서 는 점차 땀이 흐르고 호흡이 거칠어져만 갔다. 훈련에 빠져서인지 그들은 시간이 가는 줄을 모르는 듯했다. 그렇게 훈련이 반복되고 또 반복되며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하루하루가 지나갈수록 가 까워져만 가는 전쟁에 단원들의 마음은 급급해지고 긴장이 되어 갔다. 그렇게 1주일이 흘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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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안은 지금 눈을 감고 있었다. 자는 듯 하지만 그는 사실 한숨도 자지 못했다. 그저 눈 만 감은 채 에리셀……그녀와 함께 보냈던 나날들을 생각하며 끊임없이 슬퍼했을 뿐……. 그것은 그의 눈물로 인해 젖어버린 이불과 베개만 보아도 충분히 가늠할 수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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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곧 그는 팔목을 들어 눈물을 닦은 뒤 초상화를 품속에 고이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 가 서랍을 닫으려고 할 때, 순간 그의 눈에 하나의 종이쪽지가 들어왔다. 그는 손을 뻗어 종 이를 집은 후 접어져있는 종이를 펼쳤다. 그 종이 안에는 이런 글이 써있었다. 그녀가 남긴 유언장이……. 리안 오빠에게. 나는 괜찮아. 리안 오빠랑 같이 있는 시간이나마 나는 행복했으니까……. 그걸로 만족 해……. 오빠가 이 유언장을 볼 때쯤이면 아마도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겠지? 후훗……. 리안 오빠 그거 알아? 나에게 있어 오빠랑 있던 시간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오빠를 만 나기 전까지는 나는 그저 노예상에 끌려 다니는 한 명의 여자노예에 불과했었어. 그리고 사 람들 앞에서 팔리던 그 날 오빠는 나를 사고서 이렇게 말했었지. '그대에게 반했습니다. 나 의 연인이 되어주십시오.'라고……. 그 때 나 참 어리둥절했어……. 노예가 팔려가서 할 일이 라고는 몸을 주는 것과, 일을 하는 것 두 가지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생각 하며 무서워했었는데, 오빠 같은 멋진 기사가 나 같은 노예를 첫눈에 반했다고 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어? 그리고 오빠와 결혼해서 정말 나는 꿈만 같은 나날을 보냈어. 일개 노예 주 제에……참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냈지. 하지만 그런 나에게 언제부터인가 큰 병이 찾아왔어. 나도 언제 병이 들었는지는 솔직히 잘 몰라.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해. 나 같은 노예는 오 빠의 부인이 될 자격이 없으니까 하늘에 계시는 주신님께서 병을 준거라고……. 아니면 아 마 그 전에 노예 일을 하던 동안 몸이 쇠약해졌던 그 때 병이 들은 것인지도 모르겠고……. 어쨌든 오빠를 만나고 난 뒤로 나는 오히려 그 때 노예였던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이렇게 오빠를 만날 수가 있었으니까……. 리안 오빠……나 같은 여자 잊어. 오빠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야? 한 왕국의 제 1기사단 단장이라고……. 그런 사람이 나 같은 여자에 얽매여서야 되겠어? 오빠 정도면 나보다 얼마 든지 훌륭하고 예쁜 여자 만날 수 있어. 그러니까 나 같은 것에 얽매이지 말고 좋은 여자 만나.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야해……. 왠지……눈물이 나와 견딜 수가 없다……. 이만 쓸 게……. 725년 11월5일 오빠를 사랑하는 에리셀 츠센가르트 씀 "바보같이……." 그는 종이를 꾸기며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자신이 제일 사랑했던 여 자가 남긴 마지막 유언장. 그는 꾸겼던 종이를 다시 피고는 고이 접어서 자신의 품안에 넣 었다. 그리고서 그는 책상 반대편 구석에 위치해 있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나지막이 한 마디를 중얼거리고서……. "리셀……걱정하지마. 나는 앞으로 나아갈 거야. 내가 성공하는 것이 네가 바라는 것이라면 나는 앞으로 나아갈 거야. 그것이 너에게 보답하는 길일 테니까……." 하이시아 대륙 725년 12월14일…… 눈이 휘몰아치는 밤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라운파이터> 1-2화. 생기 있는 웃음(1) 짹짹 지저귀는 새소리와 함께 이리아 숲의 아침이 다가왔다. 하늘은 맑았다. 연한 하늘색의 하늘 에 속속들이 보이는 여러 모양의 구름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는 밝은 햇빛이 대지를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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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하나의 방문이 열렸다. 내부 배경은 뭐라고 할까? 허름한 창고 같 은 느낌이랄까? 그런 곳에 하나의 책상이 있고 그 위에 몇 개의 상자가 있었다. 그 방안에 는 그게 전부였다. 두 사람은 카르세인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루카세른'이라는 술집 팻말을 보고서 곧 그 안으 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술과 몇 가지 음식을 시킨 그들은 서로 마주보고 서 한동안 가만히 앉아 시간을 보냈다. 할 말이 없어서라기보다 왠지 지금의 어색한 분위기 가 그들에게 좀처럼 말을 꺼내게 할 용기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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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색이 안 좋은 데 무슨 일 있냐고……. 전쟁도 2주일밖에 안 남았는데 걱정이 돼서 그 래." 걱정이 가득하다는 듯이 안쓰러운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를 보며 시리안은 살며 시 웃음을 흘렸다. 자신이 생각하는 고민이란 그다지 대단치만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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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와와와와!!!! 순간 술집 내부가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의 환성소리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 엄청난 환 성소리에 둘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무의식적으로 들었다. 무대 위의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 다. 긴 붉은 머리카락을 뒤로 젖힌 채 한 손에 하프를 들고 자세를 가다듬는 남자, 바로 음 유시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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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 곳이 남았어……. 잡화점. 그녀의 사진을 보관할 펜던트가 필요하거든." 이 말에 지에트닌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모를 아쉬운 기분이 스며들어와 지에트 닌에게 씁쓸한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그리고 잡화점으로 걸음을 옮기는 동안 그는 생각했 다. '너에게 앞으로 밝고 생기 있는 웃음을 선사할 수 있는 것은 그녀밖에 없겠구나.'라 고……. <라운파이터> 1-2화. 생기 있는 웃음(3) 딸랑딸랑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잡화점의 내부 배경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옛 가구부터 서양 의 인형까지 여러 가지들이 있었지만 시리안은 그런 것들에게는 눈길조차 돌리지 않은 채 들어오자마자 연륜이 꽤 있어 보이는 잡화점 주인에게 다가가 한 마디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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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에트닌이 불안정해진 자세를 원래대로 잡으려 90°로 눕혀진 허리를 힘들게 들기 시작했 을 무렵, 곧 그의 시야로 시리안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리안이 그의 눈에 들 어왔을 때에는 이미 시리안의 손날이 자신의 목을 내리치고 있을 때였다. 그가 돈을 받자 두 사람은 한 차례 고개를 숙인 뒤 문을 열고 잡화점 밖으로 나갔다. '딸랑 딸랑'하는 문소리가 들렸다. 잡화점 주인은 그들이 사라져 간 자리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 다. 금화 한 닢을 손에 꽉 쥔 채. 잡화점에서 나오자마자 시리안은 펜던트의 뚜껑을 열고서 품안에 있는 에리셀의 초상화를 꺼내어 그 위에 얹혀놓았다. 그녀의 긴 빨간 머릿결이 주위의 루비색과 너무도 어울렸다. 그 런 연유로 시리안은 가격을 물어볼 생각도 않고 이것을 달라고 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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