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홀릭] `털`이 그리운 여행

>

올가을이 유독 춥다. 순전히 '머리털' 탓이다. 왼쪽 구레나룻 옆 100원짜리 동전만 한 '땜빵(머리털이 없어진 자국)'에 이어 앞머리 정중앙 왼쪽을 따라 또 500원짜리 원형 땜빵이 등장했다. 스트레스를 안 받는 성격인데, 두 군데 탈모의 침공이라니. 치료를 위해 연신 주삿바늘을 탈모 자리에 찔러 넣던 피부과 선생님이 심술궂게 속삭인다. "여행전문 기자이신데, 터키나 다녀오시죠."

하필이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터키라니? 여기서 '탈'은 사고다. 이슬람국가(IS) 테러 위협뿐 아니라 유독 한국인 열기구 사고가 이어지면서 터키를 요주의 여행지로 만들어 버렸던 '탈'. '말'은 말도 안 되게 떨어졌던 환율이다. 작년 이맘때 미국과 경제전쟁을 벌이면서 리라화가 폭락한 거다.

외신들은 흥분했다. 그야말로 '환율 여행' 찬스. USA투데이는 아예 '이스탄불 여행'에 절호의 기회라고 지적했다. 조금 회복세를 보였지만 그 당시 리라화 가치는 무려 45% 이상 폭락했던 상태. 리라화 가치 하락으로 이스탄불의 유명 관광 장소 입장 비용과 저녁 식사비, 택시 비용까지 체감 여행 경비가 1년 전에 비해 반값으로 뚝 떨어져 버렸던 거다.

실제로 여행사들은 반짝 특수까지 누렸다. 'IS 사태'로 불렸던 테러 위협에 한국인 열기구 추락사고 등 연이은 탈이 나면서 터키 패키지 여행 7일짜리 상품은 100만원 초반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었다. 여기에 환율 효과가 더해지면서 실제 비용은 정말이지 반값 정도의 느낌. 현지 투어 부담이 준 만큼 단체나 개별 여행 문의도 여행사별로 전월 대비 1.5~2배 이상 늘어났으니 말 다했다.

이때 여행족들을 은밀하게 유혹했던 게 면세 쇼핑이다. 환율 급락에 국내에서 100만원 중후반대인 버버리 트렌치코트를 우리 돈 70만~80만원대에 살 수 있고, 가방류는 반값에 건질 수 있으니 당연했을 터.

하지만 지금 피부과 선생님이 웃으며 농담을 던진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털'이 그리운 분들 이 지점에서 주목.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모발 투어의 메카가 터키다.

당장 인터넷을 뒤져봤다. 줄줄이 나오는 터키의 은밀한 여행, 모발 투어. 차근차근 검색해보니 오, 장난이 아니다. 터키에서는 매일 200건 이상 모발 이식 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게다가 시술을 받는 환자 대부분이 외국인이다. 국적, 말도 마시라.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 대머리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국가의 환자들이 앞다퉈 터키를 찾고 있다. 모발 이식 시장은 연간 10억달러(약 1조1600억원)에 달한다. 가장 압권인 게 저렴한 시술비다. 어림잡아 한국의 절반꼴. 3000모 정도를 이식할 경우 한국에선 600만~800만원이 드는 반면 터키에선 300만원이면 뚝딱 끝난다. 왕복 비행기 표값을 감안하더라도 현지에 가는 게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계산이다.

아, 그러고 보니 이 칼럼 데스킹을 보시는 매일경제 여론독자부장 머리숱도 적은 편이다. 올가을이 가기 전에 둘이 손잡고 터키나 한번 둘러보고 와야겠다.

[신익수 여행·레저전문기자]

▶네이버 메인에서 '매일경제'를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매콤달콤' 구독 ▶무궁무진한 프리미엄 읽을거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